나는 매일 롱보드를 타진 않는다.
피벗을 성공하고, 샤빗을 연습하면서도
어느 날은 그냥 조용히 중랑천 벤치에 앉아 흐르는 하천을 바라볼 뿐이다.
보드를 내려놓는 그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몸이 아닌 감정의 중심을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몸이 쉬고 있을 때
내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어떤 순간이 나를 앞으로 가게 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글은 롱보드를 타지 않는 날,
그날에도 나는 어떻게 보더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보드를 들지 않은 날, 나는 공원을 걸으며 내 발을 느낀다
보드를 들고 나가지 않은 날에는
그저 운동화만 신고 중랑천 공원을 걷는다.
예전엔 이런 산책이 지루하다고 느꼈는데,
롱보드를 타기 시작한 후엔 ‘걷는 감각’이 다르게 느껴졌다.
발의 앞쪽과 뒤쪽,
지면과의 접촉,
몸의 기울어짐 같은 감각을
그저 걸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체크하게 된다.
보드를 타지 않아도,
내 몸은 여전히 연결된 감각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건 ‘연습’은 아니지만,
기억된 감각을 복원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기술을 안 해도 기술은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샤빗 연습을 잠시 멈춘 날, 나는 트릭을 직접 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발을 어떻게 회전해야 할까?"
"뒷발이 밀어주는 순간,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이런 질문은 그냥 떠오르는 게 아니라
몸으로 체험해본 감각이 내 안에서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예전에 어떤 영상에서
“기술은 손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소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다.
보드를 타지 않아도, 기술은 내 안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쉼이 쌓이면, 다음 라이딩이 더 풍성해진다
예전엔 하루 쉬면 불안했다.
"실력이 떨어질까 봐",
"감각이 무뎌질까 봐."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쉬는 날에도 ‘보드에 대한 감각’이 더 세심하게 올라오는 걸 느꼈다.
감정이 정리되면 움직임도 부드러워진다.
몸만 쉴 게 아니라
생각과 감정도 한 템포 쉬어줘야
다음 연습이 더 의미 있어진다.
요즘은 보드를 타지 않는 날이 오히려
감정의 윤활유가 되어 준다.
몸의 긴장도 빠지고,
보드 위에서 더 편안한 감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나는 연습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바라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공원에서 다른 사람이 보드를 타는 걸 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지금은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이상한 평화감이 생긴다.
내가 보는 그 기술 하나하나에
과거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겹쳐진다.
누군가 피벗을 실패했을 때, 나는 그 감각을 안다.
누군가 샤빗에 성공했을 때, 나는 내 미래가 거기 있다는 걸 안다.
보드는 움직일 때만이 아니라 바라볼 때도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타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보더다
내게 롱보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조율하는 일종의 생활감각이다.
그래서 타지 않는 날에도
나는 여전히 보드와 연결되어 있다.
바람의 방향, 바닥의 재질, 사람의 흐름,
이 모든 게 보드를 타지 않아도 나를 감각하게 만든다.
보드를 들고 나오지 않은 날조차도
나는 여전히 어디에 몸을 실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보드를 타지 않아도, 나는 보더다.
보드 위에서만 내가 살아있는 건 아니다.
보드를 내려놓은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감각하고, 기억하고,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기술은 손과 발로 익히지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는 결국 감정으로 다듬어진다.
보드를 타지 않는 날은 몸의 쉼이자 감정의 연습이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쌓여 내가 보드 위에 다시 설 때, 그 순간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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