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드

롱보드 구조를 알면 자세가 쉬워진다 – 데크, 트럭, 휠의 원리

zip-note 2025. 6. 28. 12:55

처음에는 단지 타고 움직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롱보드 위에서 자세가 흐트러지고, 몸이 휘청거리며 제대로 방향을 못 잡을 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보드는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 때문에 균형이 바뀌는 걸까?’
기술 연습만으로는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롱보드 자체의 구조와 원리를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부품에 대한 이해가 늘수록 자세가 점점 안정되고, 동작에 대한 감각도 정확해졌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익힌 롱보드의 기본 구성 – 데크, 트럭, 휠, 베어링 – 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걸 알고 나서 내 자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스케이틉드의 구조

롱보드의 데크 – 몸과 보드를 연결하는 무대

데크(Deck)는 롱보드에서 가장 넓은 부위로, 발이 직접 닿고 체중을 실는 ‘판’이다.
길이는 보통 90cm 이상이며, 모양과 휨(curve)의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나는 처음에 단순한 플랫(flat)형 데크를 썼는데, 몸의 중심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콤케이브(concave) 구조의 데크로 바꾸면서 발이 안정적으로 고정됐고, 롤링 시 중심 잡기가 훨씬 쉬워졌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데크는 발이 닿는 ‘물리적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장치라는 사실이었다.

 

트럭 – 롱보드의 조향과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롱보드를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메커니즘은 바로 트럭(Truck)이다.
데크 아래에 위치한 금속 프레임으로, 좌우 회전과 기울임을 가능하게 해준다.
트럭의 각도(일명 베이스플레이트 각도)가 크면 회전 반응이 빠르지만 불안정하고,
작으면 안정적이지만 반응이 느리다.
나는 처음에 반응이 빠른 트럭을 사용해서 자꾸 중심을 잃었고,
입문자용 트럭으로 바꾸자 훨씬 균형 잡기가 쉬워졌다.
이걸 통해 배운 건,
“기술 부족이 아니라 세팅 미스일 수 있다”는 점.
트럭 하나만 바꿨는데 자세가 안정된 걸 보고 나서야, 장비 이해가 곧 실력의 일부라는 걸 실감했다.

 

롱보드의 휠 – 도로 감각을 전달하는 센서

휠(Wheel)은 바퀴로 보이지만, 실은 지면과의 대화를 전달하는 감각 장치다.
크기, 경도, 재질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
작고 단단한 휠은 빠르지만 잔진동이 크고,
크고 부드러운 휠은 안정적이지만 속도는 덜 나온다.
나는 중랑천 공원처럼 평지 위주로 타기 때문에 휠 경도는 중간(Hardness 78A~80A), 크기는 70mm 이상이 가장 적절했다.
특히 슬라럼 연습을 할 때 부드러운 휠은 무릎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도 해주었다.
몸과 도로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란 걸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베어링과 부싱 – 보이지 않는 민감한 핵심

베어링(Bearing)은 휠 안쪽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이지만,
회전력과 속도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처음에 저가형 베어링을 사용했을 땐 롤링이 끊기듯 굴렀지만,
기본급 이상의 베어링으로 교체하자 훨씬 더 부드럽고 일관된 속도가 나왔다.
또 하나 주목할 부품은 부싱(Bushing)으로,
트럭 안쪽에 들어가는 고무 같은 탄성 부품이다.
부싱의 경도에 따라 회전 반응이 달라지고,
초보자에게는 부드러운 부싱이 안정성과 조작성을 동시에 높여준다.
이 작은 부품들이 자세와 움직임의 정밀도를 결정한다는 것, 직접 타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이다.

 

구조를 이해하니 자세가 편해지고, 두려움이 줄었다

이 모든 구조를 이해한 후, 나는 연습할 때마다
“왜 중심이 흔들리는지, 왜 턴이 안 되는지”를 감으로 넘기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자꾸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장비와의 상호작용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인식의 변화만으로도 자세에 대한 부담과 불안이 줄었고,
몸이 훨씬 자연스럽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장비를 바꾼 건 아니지만, ‘이 장비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를 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롱보드의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기계적, 물리적 원리가 숨어 있다.
그걸 알게 되자 연습은 더 재미있어졌고,
몸이 움직이는 이유와 실패의 원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롱보드를 잘 타는 사람은 단순히 몸을 잘 쓰는 게 아니라,
보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감각과 지식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앞으로도 나는 움직임뿐 아니라 구조와 원리까지 함께 공부하며,
내 보드 위에서 조금 더 똑똑하게 균형을 잡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