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드를 처음 탈 때 나는 그냥 ‘예쁘고 길어 보이는 보드’를 골랐다.
어떤 구조인지, 어떤 길이인지 잘 모른 채, 그저 댄싱용으로 분류된 롱보드를 선택한 것이다.
막상 타보니 평지를 달릴 땐 무척 부드러웠지만,
처음에는 길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익숙해진 이후에는, 그 길이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여유가
내 몸과 동작 전체를 유연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서는 댄싱 롱보드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낀 감각과,
보드의 길이에 따라 어떻게 라이딩 스타일이 달라지는지를
크루징, 댄싱, 다운힐 스타일별로 비교하며 정리해보려 한다.
내가 선택한 댄싱 롱보드 – 길이는 나에게 리듬이 되었다
처음 내가 산 보드는 길이 약 118cm(46인치)의 댄싱용 롱보드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며칠간은 ‘너무 길다’는 부담감이 앞섰다.
보드 위에서 돌아서려면 공간이 넓어야 했고,
롤링을 시작할 때도 데크의 길이가 움직임을 한 박자 늦추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2주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그 길이가 오히려 내 동작을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공간이 되었다.
크로스스텝이나 피벗을 연습할 때
데크 위에서 몸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는 건
내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바꿔주었다.
크루징용 롱보드와 댄싱 데크의 가장 큰 차이점
친구가 타는 보드는 크루징용으로, 길이 약 96cm(38인치)였다.
나도 몇 번 그 보드를 빌려 타봤는데,
확실히 짧고 가볍고, 민첩한 회전이 가능했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산책하듯 타기엔 딱 좋았다.
반면 내가 타는 댄싱 데크는
방향 전환은 느리지만, ‘동작의 연속성’이 훨씬 부드럽게 이어진다.
예를 들어, 크루징 보드는 발을 디디는 순간 회전이 급격하게 일어나지만,
댄싱 데크는 하나의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만들어준다.
- 크루징/일반적인 롱보드: 보통 35인치에서 44인치 정도가 흔하며, 37인치에서 41인치 정도가 입문용으로도 좋은 평균적인 사이즈로 추천됩니다.
- 댄싱 롱보드: 댄싱이나 트릭을 위한 롱보드는 더 긴 편으로, 40인치 이상부터 50인치 이하까지 사용되며, 46인치 이상은 댄싱에 더 적합하고 42인치 정도는 트릭에 좀 더 가깝습니다.
- 다운힐 롱보드: 고속 주행을 위한 다운힐 롱보드는 안정성을 위해 보통 32인치에서 42인치 정도의 단단한 (하드 플렉스) 데크를 사용합니다
댄싱 데크의 길이감이 주는 리듬과 안정감
댄싱 보드는 길기 때문에
처음엔 무게중심 잡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처음엔 롤링할 때마다 데크가 늦게 반응하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그 반응 속도가 오히려 내 몸의 흔들림을 흡수해주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히 크로스스텝, 바디턴 같은 동작에서는
길이가 긴 데크일수록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타이밍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즉, 길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동작을 쌓아가는 리듬이자, 균형을 되찾는 템포로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
다운힐 데크를 체험하며 느낀 확실한 차이
한 번은 다운힐 데크(길이 약 92cm)를 타고 경사길을 내려온 적이 있었다.
확실히 댄싱 데크보다 훨씬 반응이 빠르고 무게중심이 낮아서 고속에서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빠른 반응 때문에 몸이 적응하지 못할 때 중심을 잃기 쉽다는 점이었다.
댄싱 데크는 고속 주행에는 불리할 수 있지만,
느린 템포 안에서 내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조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였다.
결국 나는 다시 내 118cm짜리 댄싱 데크로 돌아왔고,
그 위에서 느리지만 정확한 동작을 연습하며 몸과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나에게 맞는 데크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
댄싱 데크를 계속 사용하면서
나는 점점 ‘잘 타는 법’이 아니라 ‘편안하게 타는 법’을 고민하게 됐다.
짧은 보드는 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게 스쳐지나가는 감각이 있었고,
긴 보드는 한 동작 한 동작을 내가 조절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보드가 나에게 맞는 이유는
단순히 길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감각의 흐름과 맞는 리듬을 만들어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롱보드를 고를 때 많은 사람들이 “길이는 취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길이에 따라 감각의 흐름, 동작의 여유, 그리고 내 몸의 반응까지 달라진다.
특히 댄싱 데크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내 몸을 느리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훈련 공간’이었다.
나에게 맞는 길이를 찾고 나서야
보드가 더 이상 ‘운동기구’가 아닌 ‘감각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느껴졌다.
앞으로도 나는 기술보다 리듬, 속도보다 감각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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