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드

롤링 자세 배우기, 속도보다 중심감각이 먼저였다

zip-note 2025. 6. 27. 20:27

처음 롱보드를 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영상 속 사람들은 바람을 가르듯 부드럽게 움직였고, 나도 그런 느낌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드 위에서 중심이 흔들리고, 균형이 조금만 틀어져도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뒤로 쏠렸다.
그리고 점점 느끼게 되었다.
속도보다 먼저 익혀야 할 건 ‘자세’, 그중에서도 ‘중심감각’이라는 걸.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롤링 자세를 배우며 느낀 경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속도가 아닌 감각 중심의 연습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롱보드바퀴

롱보드 초보에게 롤링은 ‘움직임’이 아닌 ‘느낌’이었다

처음 롤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연습해보니, 발의 위치, 몸의 힘 배분, 시선 방향, 그리고 전체 체중 이동의 조화가 전부 맞아떨어져야 움직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몸이 앞으로 기울지 않아야 오히려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며칠은 양발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오히려 데크가 움직이지 않았고, 그걸 깨닫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결국 롤링은 힘을 쓰는 게 아니라, 힘을 빼는 감각이 먼저 필요한 동작이었다.

 

롤링을 배우며 느낀 롱보드의 중심감각

롱보드는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한 운동기구다.
데크는 얇고 길며, 무게중심이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휘청인다.
롤링 연습을 할 때, 나는 매번 발가락에 무게가 쏠리는 실수를 반복했고, 그 결과는 중심 흔들림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하루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무게를 발바닥 전체에 나눠봐. 그리고 시선을 멀리 둬.”
그 말 이후, 중심이 발에서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시선을 멀리 두면 상체가 고정되고, 그만큼 전체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롱보드는 다리로 타는 게 아니라, 몸 전체로 타야 하는 기구라는 걸 그제서야 체감했다.

 

속도를 내려는 순간, 자세는 무너졌다

욕심이 생기면 항상 자세가 무너졌다.
한 번은 롤링이 조금 되기 시작했을 때, 경사 구간에서 속도를 내보고 싶어서 중심을 앞으로 강하게 밀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보드는 앞으로 쏠렸고, 나는 뒤로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그때 가장 크게 느낀 건, 자세와 감각이 제대로 잡히기 전엔 속도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속도는 결과일 뿐, 그 속도를 만들어내는 건 결국 균형과 중심의 디테일이었다.

 

롱보드 자세 연습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루틴

나는 이후로는 다음과 같은 루틴으로 자세를 연습했다:

  • 보드 위에 양발을 올린 뒤, 1분간 정지 상태 유지
  • 양발 바닥 전체에 체중을 분산시키며 몸의 흔들림 관찰
  • 시선은 전방 3~4미터 앞의 나무나 기둥에 고정
  • 1분 후, 오른발로 살짝 롤링 시작 → 상체는 고정

이 루틴을 3일 연속 반복한 후, 보드가 앞으로 나갈 때 덜 불안하고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롱보드를 잘 탄다기보다는, 내 몸이 움직이는 방식과 반응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다.
그게 입문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자세보다 먼저 이해해야 할 ‘롱보드 구조의 원리’

내가 롤링 자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건, 롱보드 자체의 구조를 간단히 공부한 후부터였다.
롱보드는 아래쪽에 있는 '트럭(truck)'이라는 부품을 중심으로 회전하거나 기울어지며 움직이는데, 이 트럭이 체중 분산의 방향에 따라 반응하는 민감한 부품이다.
또한 '데크(deck)'의 길이나 유연성, 휠의 크기와 쿠션 정도가 모두 몸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
간단히 말해,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보드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조금만 이해하고 나면, 자세 연습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대화’처럼 느껴진다.

 

롤링을 연습하는 시간은 나에게 ‘속도’보다 ‘내 몸과의 대화’였다.
보드를 타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감각보다, 멈춰서 중심을 느끼고, 자세를 조절하는 그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롱보드는 겉보기에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반응하는 민감한 운동 도구다.
그걸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서, 나는 조금씩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나는 이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속도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정확히 느낄 수 있는 그 감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