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드

롱보드혼자 타는 연습의 멘탈관리

zip-note 2025. 6. 27. 06:20

혼자서 무언가를 배우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누군가의 응원도, 조언도, 비교할 대상도 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롱보드처럼 사람들 앞에서, 공공장소에서 연습해야 하는 취미는 혼자라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나도 롱보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인 고립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 연습한다’는 사실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하루의 리듬을 정리해주는 루틴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 변화를 기록해보려 한다.
혼자 타는 연습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의 파도, 그리고 멘탈을 지키기 위해 내가 만들고 지킨 작은 습관들에 대한 이야기다.

 

롱보드를 혼자 타며 가장 어려운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처음 몇 번은 정말 힘들었다. 아무도 없는 한강공원 한쪽에서 보드에 올라 연습하는 일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볼 수도 있고, 어설프게 타다가 넘어지면 이상하게 보일까봐 괜한 걱정을 했다. 실제로 두세 번은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는 게 신경 쓰여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몸은 조금씩 익숙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점점 더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잘하지도 못하는데, 괜히 애쓴다고 비웃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며칠간 나를 지배했다.

롱보드를 혼자타고 집에가는 모습

혼자라는 사실은 ‘두려움’에서 ‘자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퇴근 후에 평소보다 더 늦게 보드 연습을 나갔다. 공원은 더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연습하는 그 순간이 이상하게 평온했다.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타지 않았다. 오로지 내 감각과 자세, 균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라는 상태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다.
남에게 보이는 게 아니라,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 그게 바로 혼자 연습할 때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롱보드를 매일 타진 못해도, ‘언제’ 타는지는 정해뒀다

심리적 불안을 넘기고 나자, 자연스럽게 루틴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내 생활 속에 작은 리듬을 만들기로 했다.
월·수·금 퇴근 후 30분.
정확한 시간이나 거리보다, “그 시간에 보드 위에 선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비가 오면 그냥 쉬고, 몸이 피곤한 날은 잠깐 스트레칭만 해도 괜찮다고 정했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었다.
실제로 루틴이 생기니까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었다. 오늘 할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꾸준함은 실력보다 멘탈을 먼저 키워준다

정말 신기한 건, 실력이 급격히 느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안정돼 간다는 거였다. 매번 비슷한 실수, 같은 구간에서 중심을 잃는 순간들이 반복돼도 이상하게 조급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라는 마음이 생기고, 그걸 나 자신에게 허락할 수 있었다.
그건 예전의 나와는 다른 태도였다. 뭘 하든 결과를 내야만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내 성격이, 이 루틴 안에서는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습관이 만든 심리적 자산

지금은 월·수·금 외에도 가끔 토요일 오전에도 나가서 연습한다. 날씨가 좋고, 마음이 가벼운 날이면 1시간 이상 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혼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혼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간다는 건,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결국 자기 신뢰로 이어진다.
지금 내가 보드 위에 있을 수 있는 건, 잘 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혼자 타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익숙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자주 넘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내가 이 취미를 계속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혼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 그걸 나는 롱보드를 통해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스스로를 믿고 움직이는 이 작은 루틴은 어느새 내 삶의 중심축이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이 리듬을 지켜나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응원할 것이다.